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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학의 향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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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

바람의 사원

작성자명최준렬
조회수542
등록일2017-02-27 오후 3:25:55

영혼의 행려자들이 머물다가는

이 사원에 들어

한 달포 머물러도 좋으리


남루를 끌고 온 오랜 노독을 풀고

고단한 일상의 구두를 벗어도

좋으리


바람의 거처에 가부좌를 틀고

사무치는 날이면

바람과 달빛이 다녀간 대웅전 기둥에

기대어


바람의 손가락이 남기고 간

지문을 읽듯

뼛속에 새겨진 바루한 생을

더듬어도 좋으리


주춧돌에 핀 연꽃향기가

그리운 밤이면

사자포에서 기어온 어린 게에게

길을 묻고


새벽녘에 흰 고무신 헐렁한

발자국들 따라 숲길에 들어

밤새 숲이 흘린 푸른 피를

마셔도 좋으리


눈발이라도 다녀간 날이면

동백숲 아래서 푸른 하늘 길로

한 생을 떠메고 가는 동박새의

붉은 울음 소리를 들어도 좋으리


새들이 날아간 자리마다

제 그림자를 무릎 밑에 묶어놓고

참선에 든 나무처럼


그대 나무 그늘에 펼쳐놓은

바람의 경전을 눈 시리게

읽어도 좋으리


살아온 세월만큼 법어가 새겨진

그대의 몸은

어느새 바람의 사원이 되리니


바람의 사원에 들어

달마의 이마를 치는 낭랑한

목탁소리를 들어도 좋으리